│달러의 강세가 폭풍 같았던 몇 개월 전을 기억하시나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을 수 있다던 뉴스가 많이 나왔었던 몇 개월 전의 상황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리고 현재는 아! 그랬었지...라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현재 환율은 약 1,260원대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내려오는 것은 알겠는데 올라갔던 속도만큼 또 빠르게 내려오고 있는 이유에 대하여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유는 우리의 옆 나라 일본에 있었다.
12월 20일 일본은 10년물 국채금리 목표를 기존 0.25%에서 0.5%로 조정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일본 은행 장기 금리 사실상 인상"이라는 타이틀의 뉴스기사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발표를 하고 '금리인상은 아니다'라는 말을 해서 애매한 입장을 밝혔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금리 인상의 영향과 같았습니다. 발표 직후 엔화는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해당 시점에서 136.91 → 132.41(약 3.3%)의 변동이었기 때문에 큰 변동이었습니다. 일본은 40년 만의 최고 물가 상승률을 겪고 있다면서 3.6%의 물가상승률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수치는 다른 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높은 수치가 아니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물가상승에 대한 체감이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너무나 긴 시간 동안 일본의 물가는 0% ~ -1%를 유지해 왔고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기간에도 큰 영향을 안 받았습니다.
일본은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과 싸우고 있었고 아베 전 총리도 물가상승률이 2%대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논리를 주장했던 바 있습니다. 건강한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아베노믹스였으며 그 주장은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2022년 초부터 미국이 금리인상 랠리를 시작을 하고 다른 나라들도 모두 쫓아가면서 일본과 주요 국가들간의 금리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는 -0.1%입니다. 이는 엔화 약세의 원인이기도 했죠. 돈을 맡기려면 돈을 줘야 하는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엔화가 망해가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뱅크 오브 재팬에서 직접 통화정책에 변화를 준 것이 국채금리 목표 상향조정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일본도 미국처럼 기준금리 올리면 안되나? YCC는 뭐야? 금리를 올리면 올렸지 상하 구간의 범위를 모두 올린다는 말은 뭐야? 등의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일본 통화정책에 대한 간략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일본의 통화정책
통화정책의 양적완화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물량으로 승부하는 것이겠죠.
예를 들자면, 치킨나라의 치킨이 있는데 치킨이 너무 비싸서 치킨의 가격을 내리려고 합니다. 치킨 정부는 치킨의 가격을 컨트롤하기 시작합니다. 1만 원에서 8천 원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합니다.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 설정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치킨의 가격이 8천원이 될 때까지 매달 치킨을 80만 마리를 공급해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초과공급을 통한 가격 하락을 도모하는 방법이겠죠. 이것이 일본 은행이 시행한 Unlimited Bond Buying으로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일본중앙은행이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하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입니다. 그리고 이 상황이 2012년의 일본이었습니다.
이것이 아베노믹스의 시작이었습니다. 양적완화를 통한 디플레이션의 탈출, 재정확대를 통한 수요의 창출,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의 촉진을 이용해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되찾자는 명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로 불리게 됩니다. 일본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1개의 화살은 부러지기 쉽지만, 3개의 화살은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2013년 일본 은행은 연간 80조엔의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합니다. 처음에 반응은 좋았습니다. 돈을 푼다고 하니까 엔화 약세 바로 나타나고 이로 인하여 수출이 좋아졌습니다. 일본의 GDP도 꾸준히 상승하게 됩니다. 약 3년 정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후에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일본 은행의 계획대로라면, 원래 하던대로 매년 80조 엔을 사들여야 하는데 이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었죠. 국채 수요가 시장에서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은행에서 무조건 사준다는데 왜 수요가 줄었는가, 그 이유는 어차피 양적완화 계속할 것이 뻔하고 국채 가격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국채를 굳이 팔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시장은 선반영을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일본 정부에서 통화정책을 처음 약속한 것과 같이 진행이 안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자마자 바로 엔화는 다시 오르기 시작합니다. 경기부양 효과도 둔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강수를 두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예시와 같이, 치킨을 뿌리는 것만으로 해결이 안되니까 직접 가격까지 건드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달러를 사게 될 것이기 때문에 엔화의 약세를 만들 수 있고 경기부양이 계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게 됩니다. 일본은 어쩔 수 없이 대안의 대안의 대책으로 행하게 된 일들이지만 결국은 성공을 했다는 결론이 됩니다.
│우리나라와의 연관성은?
달러 인덱스를 국가별 통화로 구분해서 보면, 일본의 엔화는 유로화 다음으로 국가의 단일통화로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로가 57.6% 정도이고 엔화는 13.6%의 비중으로 달러 인덱스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달러 인덱스를 쉽게 얘기하자면 여러 나라의 통화를 한 바구니에 놓고 달러와의 교환 비율을 보는 것인데 엔화가 YCC(Yield Curve Control, 수익률곡선통제) 상승으로 크게 올랐기 때문에 달러가 추락을 했고 이렇게 달러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원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결론
최근에 달러의 가치가 급하게 내려간 이유를 찾다보니, 일본의 영향이 있었고 이것은 일본이 아직까지는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일본은 세계 각국에 아직도 엄청난 액수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추정되는 해외자산 보유액이 523조 엔으로 한화로 5,000조 정도 되는 규모입니다. 우리나라의 약 8~9년 치 국가 예산 규모입니다. 일본이 본격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하게 된다면 국제 자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앞으로 일본이라는 바로 옆 나라의 행보를 2023년에는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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